아름다운 삶은 만달라처럼

in hive-102798 •  8 days ago  (edited)

20250725_131407.jpg

레에 도착하고 이틀이 지났다. 사부(Saboo) 곰파에서 만달라 제작 중이다. 완성된 문양을 3일 정도 전시한 후 해체하는 예식을 진행한다. 이 문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살펴본 사람이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순식간에 해체하는 예식으로부터 제 아무리 가치 있고 위대한 삶이라도 무상(無常)한 것임을 철저하게 알려준다. 이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하여 나는 어떤 마음가짐인지 되돌아 본다면 예를들어 공들였던 일이 사소한 실수건, 다른 사람에 의해서건, 대응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허탈하게 무너지는 상황에 얼마나 속상해 왔고 억울해하고 남을 탓했는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갖는게 당연하거나 대응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생각한 마음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불특정 다수의 상대 진영에 피해를 입히는 물질적 정신적 폭력도 정당화 되는 이 세상에서 여러 스님들이 함께보여주는 만달라 예식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미소와 여유로서 비웃는다.

네 구역으로 나누어서 일곱, 여덟 분의 스님들께서 수용성 염료에 물들인 고운 돌 가루를 넣은 대롱을 조금씩 두드려 가며 세밀한 문양을 묘사한다. 경외로움에 더하여 순간 여기를 훅 불어 망가뜨리고 싶은 그러한 충동을 꼭꼭 숨킨 이중적인 마음으로 보는 이 관람자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스님들은 고정된 자세를 한참 유지하면서 온 정신을 담아 만다라 문양의 제작에 한땀한땀 참여한다. 한 자리에서 장시간 동안 집중하다 보면 허리와 어깨, 목이 경직된다. 스님들은 틈틈히 몸을 풀어주고 동료 혹은 관람자들과 가볍게 담소를 나누신다. 그들에겐 피곤하거나 엄중한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보는 사람은 겸손해져간다.

인생은 고단하고 여럿이 함께 해야 하며 때로는 바짝 힘을 들이고 때로는 내려놓아야 한다. 아름다운 삶은 만달라 예식처럼 각자 행위에 대한 진정성, 이완, 몰입, 그리고 혼자가 아닌 '다 같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그리고 떠나야 할 때는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면서 완성된다. 만달라 문양의 겉모습처럼 아름답고 예술적이고 심오하고 종교적인 것이어야만 아름다운 삶은 아닌 것이다. 나는 만다라 예식이 치뤄지는 전과정이 경이롭다.


25년 라다크 여행 일지


시작하며 | 25년 Choonzaroad 요이땅!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image.png

삶이라는 것이 돌이켜보면 모두 한낮의 꿈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뻐하고 슬뻐하고 가슴하파 하지요.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니 그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