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장마가 발길을 돌렸다
여기까지 오려면
구름마다 아쉬운 소리를 하며
물품을 팔아가며 공을 들였겠지
흙물이 넘실대는 봇도랑 길에
비둘기를 잃어버린 깃털이 비를 맞으며
엄마 떨어진 아이처럼 풀이 죽는다
하늘만 쳐다보던
콩 포기며 옥수수대, 들깻잎이
혀를 내밀고 빗물을 빨아먹는다
그 중에 빗물 값이 걱정인 토란이
넓적한 잎으로 빗물을 되어보며
땅속에서 주먹셈을 하고
논밭을 한 바퀴 돌아보고 들어온 주인이
하루 종일 서 있는 빗줄기를 피해
장화를 벗어 거꾸로 세워두고
애호박 만두 빚는 옆으로
팔을 접어 베고 드러눕는다
장마 / 문인수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툇마루에 앉아있으니 습습하다.
목깃 터는 비둘기 울음 습습하다.
어둑신한 헛간 냄새 습습하다.
거미란 놈이 자꾸 길게 쳐져내렸다
제 자리로 또 무겁게 기어 올라간다.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리게 가로질러 가는…
어머니 콩 볶으신다.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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