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 •  5 days ago 

가뭄 끝에
장마가 발길을 돌렸다

여기까지 오려면
구름마다 아쉬운 소리를 하며
물품을 팔아가며 공을 들였겠지

흙물이 넘실대는 봇도랑 길에
비둘기를 잃어버린 깃털이 비를 맞으며
엄마 떨어진 아이처럼 풀이 죽는다

하늘만 쳐다보던
콩 포기며 옥수수대, 들깻잎이
혀를 내밀고 빗물을 빨아먹는다

그 중에 빗물 값이 걱정인 토란이
넓적한 잎으로 빗물을 되어보며
땅속에서 주먹셈을 하고

논밭을 한 바퀴 돌아보고 들어온 주인이
하루 종일 서 있는 빗줄기를 피해
장화를 벗어 거꾸로 세워두고

애호박 만두 빚는 옆으로
팔을 접어 베고 드러눕는다

image.png

장마 / 문인수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툇마루에 앉아있으니 습습하다.
목깃 터는 비둘기 울음 습습하다.
어둑신한 헛간 냄새 습습하다.

​거미란 놈이 자꾸 길게 쳐져내렸다
제 자리로 또 무겁게 기어 올라간다.
두꺼비 한 마리가 느리게 가로질러 가는…

어머니 콩 볶으신다.

비는 하염없이 마당귀에 서서 머뭇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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