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사방이 어두워 진다. 짙게 어두워졌다. 방문에서 비쳐나간 밝음을 보고 송충 나방들이 문살에 몸을 부딪쳐오곤 한다. 아이들은 어느 새 잠이 들고 임이네 코고는 소리도 간혹 들려왔다.
촛불을 받으며 무수히 머리를 조아리는 그녀의 옆모습ㄹ은 처절하고 아름다웠다. 그 얼굴이 두려웠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달려들어 초를 넘어뜨리고 싶었다.
*이윽고 귀녀는 나긋한 손을 들어 마치 바람에 날리는 꽃잎같이 촛불을 껐다. *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12장, 자수당(子授堂)의 정사(情事)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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