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기존의 관념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합리적인 태도에 속한다. 왜냐하면 극적으로 세상의 질서과 규칙이 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존의 사고방식과 태도에 안주하려는 경향은 아마도 인간이 사회적 진화를 해오는 과정에서 터득한 지혜였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명백하게 국제정치질서가 변하고 기존의 세계를 장악하던 가치관과 이념이 변화할때에도 기존의 가치관과 이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완고함이다. 지금의 한국이 부딪치고 있는 문제다. 한국은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이고 사회공동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을 보는 일반의 인식은 통상의 경우와 매우 다른 경향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힘과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맹종이 바로 그것이다. 명백하게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국제정치질서에서 이미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기득권과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미국중심적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란 국가와 사회의 발생학적 기원에서 연원한다고 하겠다.
필자는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해서 미국과 척을 지고 그들을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록 미국이 약해지고 패권을 상실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국가이다. 설사 미국의 힘이 상당히 약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미국은 한국에게 중요한 국가다. 미국의 힘이 약해지면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그 세력은 한반도에도 미친다.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에 한국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연대와 협력이 상당기간동안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점에서 지금 한국은 향후의 미래상황을 고려하여 미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은 이미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과거의 사고방식과 인식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적응하고 가장 합리적인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무능을 의미한다. 지금 국민의힘 정치세력이 바로 그런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힘만 그런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상당수 세력들로 여전히 과거의 사고방식과 태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현재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정점을 지나서 하락하고 있다. 하락은 막을 수 없으며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하락은 빨라질 것이다. 미국이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매우 많다. 이미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진입한 국가채무의 규모가 그렇다. 미국이 국채발행으로 지불하는 이자가 이미 1조달러가 넘으며, 그 규모는 미국 국방예산을 초과한다. 게다가 점점 더 국채의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그 어떤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국채증가를 막거나 줄일 수 없다. 이미 파멸의 시계는 짤깍 거리며 계속 가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와 경쟁국가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는 구매력 기준GDP 상황이다. 최근 세계은행의 데이터에 따르면 제1위가 중국으로 38조 2천억 달러, 2위는 미국으로 29조 2000억 달러, 3위는 인도로 16조 2000억 달러다. 놀랍게도 러시아가 4위로 6조 9200억 달러이다. 5위는 일본으로 6조 4000억 달러이다. 상위 5개국 중에서 서방국가는 미국과 일본 2개국이며 나머지는 중국, 인도, 러시아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다. 미국이 다시 구매력 기준 GDP 1위로 재상승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것이다. 미래예측을 보면 거의 예외없이 미국과 서방의 약화를 점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제정치적 질서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역사상 이런 변화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처음 발생하는 현상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한 상황이라고 인식을 하면 비상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제일먼저 해야하는 것은 현재가 비상한 상황이라고 인식을 하고 과거에 묶여 있는 관성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 이재명 정권이 들어섰다. 앞으로의 5년은 과거 50년을 필적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것이다. 잘 적응하면 앞으로 100년의 삶이 보장될 것이고, 과거에 집착해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은 추락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대중들이 인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