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Cooking] #25 만수제비

in kr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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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놓고 1년 넘게 식용으론 한 번도 안썼던 강력분. (침대커버 풀할려고 산거임) 지인이 집들이 왔다가 필요없으니 써보라고 준 와플기계에 넣을 수 있는건 다 넣어보다가 갑자기… "밀가루를 넣으면 와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만용으로 별짓 (차후 등재 예정) 다하다가 저녁에 또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

아니야. 이건 라면에 수제비로 넣어 먹자.
그러다 문득, 한 줌 남은 김치와, 아침에 얻어왔단 냉이나물 무침이 떠오르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이 기억이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이미 저는 한줌 남은 김치와 반줌 남은 냉이나물을 뒤섞고 가위질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만두가 떠올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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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앗차 싶은 순간, 이미 제 손엔 말도 안되는 두께, 말도 안되는 균질성, 말도 안되는 성형… 여튼 저는 만두를 생애 딱 3번 시도해 봤는데, 10개 이상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네. 저는 뭔가에 손을 대면, 주로 망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 손바닥엔 그 말도 안되는 밀가루 만두피와 속이 올라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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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아니 처음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허리도 아픕니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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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봐도 처참하죠? 저렇게 7개 만들고 나니 한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구멍난 피에 밀가루떡을 다시 덕지덕지 붙여서 겨우 땜빵에 땜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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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물은 끝내줍니다. 오뚜기에서 협찬해 주었습니다. 열라면에 들어가는 최신 국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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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를 치대기 시작한지 약 2시간이 흐른뒤… 드디어 만두와 수제비가 떠올랐습니다. 저걸 다 건져 먹은 다음 다시 라면을 넣고 끓여서 먹으면 오늘의 요리 끝입니다.

스티미언 여러분, 후회는 제 몫입니다.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다음의 세 유형, 1) "내가 만두를 잘빚는 사람이다", 2) "나는 앞으로 쉐프가 될 사람이다" 3) "할일없고 심심해서 미치겠다"의 경우가 아니라면, 저와 같은 짓은 하지 마세요. 1000% 후회합니다. 후회로 토요일 저녁을 망쳐버린 만수제비 가정식이었습니다.

맛이요? 그냥 라면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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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이해 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떠오르는 후회감~
내가 왜 때문에 시작했을까?
제갈량의 만두와 같군요.

만두는 그~만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