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국제정치질서가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런 변화와 전혀 무관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각종 세미나와 토의에서도 그런 경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들까지도 그렇다.
현재 국제정치상황의 변화를 아주 간단하고 쉽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고 앞으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도 이런 경향이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트럼프 이후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인다. 이는 미국이 트럼프와 같은 방식의 대안이외에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중국은 자유무역질서를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게 자유무역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자 생존의 필수적인 여건이다. 문제는 한국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밀리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보호무역보다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자유무역질서가 필수적이다.
세상일을 너무 간단하게 그려서는 안되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와 별로 다르지 않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선택하더라도 한국은 전세계가 계속 자유무역질서에 남아 있기를 바래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 점점 상실하고 있는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하는가이지 중국과 경쟁력이 떨어지니 우리도 보호무역으로 선회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그렇게 하면 망한다.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이자 전면적인 경제협력이다. 필자가 '남북경제안보동맹'과 '인문지리적 억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우리에게 위협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지정학적 대격변과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정상적이라면 위협을 제거하고 기회를 만들어 가야한다. 북한을 통한 기회를 만들지 않고 위기와 위협을 더욱 확대하려는 자들 또한 국가반역의 선상에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가 망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진배없다. 현재 미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무역질서를 배척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가 정반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지금 한국과 미국은 이념적으로 정반대에 서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은 중국과 전세계적인 자유무역질서의 유지를 주장하면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지배적인 지식인과 언론은 기존 사고방식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지배적인 언론과 지식인들이 국가의 이익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은 그들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의미다.
필자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서 한국의 지배적인 세력의 전면교체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공동의 선상에 놓지 않고 있는 자들은 국가의 지배세력이 되어서는 안되는 법 아닌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복무하는자가 한국의 지배적인 세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말인가?
한국은 지금 매우 중차대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세대가 아니라 우리 자손은 대대손손 식민지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 국가와 지배세력은 존재할 이유조차 없다고 하겠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관성에 머물러 있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