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이런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제까지 내가 한 거라곤 열심히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이런 식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거다. 그거 내가 꾸며내거나 소설 쓰는 거 아니고... 삶을 산 다음에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후과정에 가깝다. 그걸 언어로 표현해내면 꽤나 그 순간엔 기쁘고 활짝 웃고 싶은 거다.
괴로워서 어쩔 수 없이 그걸 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효과가 있었지. 그런데 언제나 그 이야기를 배신하고 그 이야기에 뒷통수를 치는 게 또 나이다. 집요할 정도로 정확하고 아프게 뒤집어 버린다. 힘겹게 쌓은 그 이야기를 하나씩 무너뜨렸다.
끝이 있거나 완결될 거라고 믿진 않았지만... 기다림과 인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가끔 두손두발 다 들고 그만하고 싶은 심정이 든다. 요새 가끔 그만 살고 싶단 마음이 드는 건 어떻게 해도 이 허무감을 평생 어떤 단계에선 겪어야 하고, 그 다음 난이도가 높아질 걸 생각하면 질색할 마음이 든다. 어휴.
왜 언제나 그 다음 과정엔 가장 소중하게 쌓아 올린 보석같은 선물함을 망치를 들고 깨부수는지 환장할 노릇이다. 보석을 아끼고 사랑할수록 그 다음 보석엔 더 많은 마음과 의미가 담기고 공허와 좌절이 한 단계식 깊어진다. 이전보다 감정을 견디기엔 쉽다. 그러나 그 다음 보석을 쌓는 건 몇 배로 어렵다.
깨부술 보석을 다 만들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건가, 삶이 깨부술 보석을 만들라고 내게 의뢰했다. 난 처음으로 그 보석이 또 깨어진단 걸 온 몸으로 느낀 채로 보석을 세공하고 있다. ....스스로가 무척 멍청하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아닌 한 인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겨온 버팀목 같은 무형의 가치가 정말로 허상에 불과하다는 인정. 나에게 밖에 소용 없는 무가치한 엔터테이먼트.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흙장난과 다름이 없다. 어쩌면 그럴지도. 그런데도 그 흙장난을 하고 싶어한다. 무의미한 허상을 계속 쌓겠다는 마음이 내게서 발견됨을 거부할 수 없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무 의미가 없단 걸 아는데도.내가 살아온 삶을 되짚어보고 있다. 기억 나지 않는 과거를 헤집고 언어로 표현하는 한계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확신도 믿음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냥 하고 있다. 그냥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는 것 말고는 어떤 해석도 덧붙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할 수 없으니까.
언어를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 걸 쓰고 있다는 게 모순이다. 모순을 통합하자고 말하면 마음 한 구석의 진실의 목소리가 말한다. 웃기고 있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너는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정작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건 너야!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게 나야. 동의한다.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다 동의한다.
끝까지 살자. 다 없어질 허상과 빈약한 내 인생을, 하나도 즐겁지 않다해도 허무함에 몸부림치더라도, 아무 것도 가질 수 없고 결국엔 소용없이 사라진다해도 살아내자. 그것 이외에 내가 여기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느낄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